그의 노래. [Part.1]
그는 먹을 것을 쌓아두었어요.
입맛이 없다며 잘 먹지 않지만요.
그는 좋은 옷을 입어요.
비록 집 밖으로 나가지 않지만요.
그의 가족들은 건강하지요.
하지만 그는 언제나 우울해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어요.
그의 슬픔은 힘들어서 나오는 한탄이 아니예요.
우리가 보기엔 부럽기만 한 그인데, 왜 불면과 우울을 보석처럼 지니고 다닐까요?
술. 아니면 수면제.
오늘은 어디에 의지해야 하나.
희망따윈 없다.
정신없이 바쁜 생활속의 소소한 즐거움은 날아가 버린지 오래.
나에게 남은건 납덩이가 매달린 듯한 무거운 심장.
그리고 자유와 즐거움과 술과 수면제의 내성.
그리고 창 밖에서 대놓고 빈정거리는 소리 뿐.
- 그의 우울은 있는 자의 나약함입니다.
- 아닙니다. 자기 능력에 대한 분노입니다.
- 아닙니다. 외로움에 대한 자기 방어입니다.
-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에 따르는 숙명입니다.
- 아닙니다. 끝없이 도피하는 과정의 인과입니다.
- 아닙니다. 그의 과거에 대한 참회의 표출입니다.
- 아닙 ―.
… …
햇살에 눈이 시큰거린다. 다른 사람의 뒷담화는 천둥보다 무섭고 시끄럽다. 당신들이 언제부터 내 나약함과 분노와 외로움과 사랑과 도피와 참회를 논했단 말인가. 흡사 소태국 한그릇을 급히 들이킨 기분이다. 입이 껄끄럽다. 구역질이 난다. 시원하게 게워내고 싶다.
내 이야기를 안주감으로 삼지 마라.
내 영역에 침범하지 말란 말이다.
…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아직도 내 험담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요?"
"하루 종일 절 괴롭히더니 고추가 떡하니 태어낫지 뭐예요!"
"어유, 늦둥이네. 이제 살 재미가 나겠네요."
"해산후 몸조리 잘 해야 해. 안그러면 우리처럼 몸매 다 망가진 ―."
사람들이 날 놀리는구나. 날 도와주려던게 아니었나보다. 그래. 어차피 그들에게 내 존재가치는 없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에 눈물이 흐른다.
자야 한다. 자야 한다. 왼쪽에서 세번째에 놓인 책 뒷부분에 보면 우울을 가라않히는 법은 목욕과 알콜과 수면이라고 했다. 이번에야말로 목욕을 하면서 술을 마시며 수면제를 먹어봐야겠다.
그 날, 우리 마을에 구급차가 왔어요.
그가 술에 취해 벌거벗은채로 목욕탕에서 알약을 밟고 넘어졌대요.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요.
아쉽거나 슬프지는 않아요.
그는 예전부터 거의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건 어차피 남의 이야기잖아요?